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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피규어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오타쿠 예술가 무라카미 하루키

by uriver 2020. 5. 6.

서브컬쳐란 사회의 일부 집단으로부터 어느 정도 위상을 가진 문화를 뜻하며, 한국어로는 하위문화라고도 불린다. 가령 예시를 들자면, 오늘날엔 어느 정도 대중적인 문화가 됐다고 하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비주류 장르 음악 등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소위 오타쿠 문화라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다.

 


 


(애니메이션 중에서 이례적으로 흥행 몰이한 '너의 이름은' 포스터(좌), RPG 게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포스터(우))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하위문화라는 용어가 내포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거기에 대척점인 상위문화또한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상위문화란 유럽 상류층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말하는데

예를 들면 교과서에 실릴 법한 고전 미술, 음악, 문학 작품 등이 있다.


문학이나 음악은 이미지로 제시하기 힘드니 상위문화로 분류되는 고전 미술만 보여주자면, 그 분위기가 위의 애니메이션 / 게임 포스터의 분위기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쿠르베의 '돌깨는 사람',  모네의  해돋이.)




 이러한 개념은 인터넷과 같은 고성능 통신망의 보급이 이루어지며 현재는 많이 퇴색됐다. 멀리 갈 것 없이 당장 나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명망 높은 귀족 자제는 아니지만, 순수미술을 배웠고, 순수미술 작가들의 전시를 보러 다니는 동시에, 유튜브로 K-POP 스타들의 무대를 보면서, 때론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도 하지 않은가.

 

이런 세상에서 문화를 상/하로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세상엔 문화 간의 상/하 관계를 허물고자 하는 작가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작가는 바로 스스로를 오타쿠 예술가라고 하는 일본의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나 클리셰를 차용해서 작업을 완성하는 그는 업계에서 뛰어난 팝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는 중이다.

 



그의 작품은 슈퍼플랫(Super Flat)’이라는 용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 슈퍼플랫이라는 용어는 이름 그대로 극도로 평평한 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예술에서 극도로 평평한 상태란 장르 간의 위계가 없는 상황을 뜻하며, 이는 하위문화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장르간의 위계를 허물겠다는 것.

 

둘째, 지나치게 깊이가 없는 평면적 현대 대중문화를 비판하기 위한 은유적 표현으로 지나치게 선정적인 표현이나 소비주의적 작품을 만듦으로서 도리어 대중문화를 비꼬기 위한 개념이라는 것.




(자신의 모유로 줄넘기를 하고 있는 작품 '히로폰'(1997), 정액으로 로프를 만든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1998))

 


여기에 대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구체적인 결론은 없다. 그가 말하는 슈퍼플랫이란 특정 문화를 조롱하거나 찬양하기 위함도 아닌, 현대 문화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한 가지 특성을 가지고 딱 떨어지게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이, 얼핏 단순하게 보면 무라카미 다카시는 순수미술 종사자에겐 미술의 격을 떨어뜨린 자로서 경멸을, ‘오타쿠들에겐 그들 문화를 상위문화와 동급으로 끌어올려준 영웅으로 추앙 받을 법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다.


순수미술 종사자들 중에는 그의 과감한 행보를 높이 사주는 이도 있는가 하면

서브컬쳐 매니아들 중에는 그가 단지 창의성 없이 서브컬쳐를 가져다 쓰기만 한 거 아니냐며 비판하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가들이 으레 그렇긴 하지만 무라카미 다카시는 관점에 따라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작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스스로를 오타쿠 예술가라 하지만 그는 과연 오타쿠에 가까운 존재일까 예술가에 가까운 존재일까? 이는 각자의 판단으로 남겨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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