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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입시 석고상 삼대장의 정체는?

by uriver 2020. 4. 8.


(미대 입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석고상 삼대장)



요즘은 석고상 데생이 획일적인 화풍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미대 입시에서 사라져가는 추세지만, 이전에 미대나 예중, 예고를 준비한 적이 있다면 이골이 날 정도로 익숙한 얼굴일 테다.

 

그런데도 그 익숙함에 비해 이들이 살아생전에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걸 안다고 해서 그림 실력이 늘겠냐마는, 석고상 모델들의 내력을 알면 좀 더 인물에게 몰입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각종 석고상 모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세 개의 석고상 중 하나인 아그리파부터 살펴보자.

그의 정확한 풀네임은 마르쿠스 빕사니우스 아그리파, 무려 로마 제정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보좌한 장군이자 정치가였다.

이 화려한 내력을 보면 으레 귀족 출신일 거라 예상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아그리파는 평민 출신이다. 그가 출세하는 데는 그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자신의 양자 옥타비아누스(훗날 아우구스투스)에게 도무지 군사적인 재능이 보이지 않자 그를 군인으로서 보좌할 인물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 선발한 것이 아그리파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이 옥타비아누스를 초월해버리면, 되려 그의 군사적 재능이 주군의 발목을 잡았으리라. 그는 평민 신분이었기에 결코 옥타비아누스의 영향력을 넘지 못했고, 오히려 이 점을 높이 산 카이사르의 눈에 띄어 출세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옥타비아누스의 사위가 되어 평생 충성을 바친 뒤에 생을 마감했다.

 

 

 

다음으로 소개할 석고상은 줄리앙이다. 검색창에 줄리앙이라고 치면 석고상만 나올 테니 실제 인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줄리아노 데 메디치를 검색해보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피렌체 공화국의 메디치가() 출신으로 피에로 메디치의 아들이자 로렌초 데 메디치의 동생이다. 그가 살았던 15세기 당시 피렌체 공화국은 친형 로렌초 데 메디치가 아버지의 통치권을 이어받은 상황이었는데, 그가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자 여러 세력이 불만을 품어 파치가() 음모 사건이라는 쿠데타를 일으켰고, 줄리아노 데 메디치는 거기에 휘말려 피렌체 대성당에서 암살됐다.

쿠데타가 진압된 뒤, 동생 잃은 슬픔에 잠긴 로렌초는 당시 메디치가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던 미켈란젤로에게 동생의 조각을 의뢰했다. 이미 아시다시피 미켈란젤로는 그 의뢰를 멋지게 해냈고, 훗날 그 조각은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이라는 곳까지 알려졌다.

 

 

 

앞서 말한 둘은 각각 장군과 대부호 가문 자제로 당시 시대의 유명인사였다면, 이번에 소개할 비너스는 여신님 되시겠다. 또 다른 이름으로 아프로디테라고도 불린다.

이 비너스의 출생을 그야말로 충격적인데,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의하면 형제인 크로노스가 그의 아버지 우라노스의 악행을 응징하러 어머니 가이아와 함께 우라노스를 거세한 후 그의 소중이를 바다에 던지니, 그 바다에서 태어난 게 비너스라고 한다.

한편 올림포스 신들이 티탄을 무찌를 때 무기를 만들어준 헤파이스토스라는 신이 있다. 그의 손재주는 세상에 따라올 자가 없던 반면 외모가 너무 볼품없어 아내가 없던 상황이었는데, 제우스가 티탄을 무찌를 때 번개를 만들어준 그의 공을 인정하여 비너스를 아내로 삼게 해주자 비너스는 질색하며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밀회했다는 얘기도 있다. 훗날 이를 헤파이스토스에게 들켜 여러 신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예나 지금이나 당대의 미인은 별별 스캔들에 휩싸이기 마련인가 보다.

 

 

 

+번외

 

 




우리가 흔히 아리아스라 부르는 이 석고상은 미노타우로스 신화로 유명한 아리아드네의 로마식 이름이라고 한다.  그냥 아리아스라고 치면 축구선수 산티아고 아리아스가 더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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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중학생 시절 나의 선생님은 이 부르투스를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부르투스의 청년 시절이라 하려 '청년 부르투스'라 했으나 이 석고상의 모델은 사실 '루키우스 유니우스 부르투스'로 전혀 다른 사람이다(물론 후술할 부르투스의 조상격 인물이긴 하다).



카이사르를 암살한 부르투스가 바로 이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로 그의 조각은 미켈란젤로가 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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