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용건의 아들 하정우(본명 김성훈)가 그린 <킵 사일런스>라는 작품이 1400만원에 낙찰됐다. 표현주의 회화와 팝아트적 느낌을 지닌 그의 작품들 중 최고가는 1800만원으로 국내 중견작가들의 수준이다.
자신만의 색이 뚜렷해 많은 큐레이터들이 좋아한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하정우의 그림을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괜찮은 작업도 있지만 별로인 그림도 꽤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위 작품은 , 2018년 작으로 비교적 최근 작품이다. 감성적인 음악의 앨범 커버같은 느낌이지만 감각적인 구석이 있다. 제목은 <카스트라토>. 여성의 음역대를 소화하기위한 미성을 가지기 위해서 고환을 제거한 중세시대 남자 가수를 의미하는 카스트라토가 상단에 적혀있어 인물이 여성처럼 보이지만 남성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취향의 탓인지 그렇게 좋은 그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값은 그의 경력이나 완성도에 비해 상당히 높은편이다. 당연히 그의 유명세가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것은 말 안해도 안다.
사실 개인적으로 연예인이 미술가로 활동하는 자체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연예인 작품이라고 해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것이 다른 작가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준다는 말에도 별로 공감이 안간다. 예를들어 하정우의 작품이 1800만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듣고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무명작가 A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A씨가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 이런것이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기초부터 갈고닦아 수십년동안 배고픔을 참고 그림을 그렸지만 내 작품가격은 하정우의 낙서같은 그림 가격의 10분의1 될까말까야. 오히려 내가 미술공부도 10배는 오래 공부했고 10배는 더 잘그렸는데. 영화배우면 하던 연기나 열심히 할것이지 왜 미술까지 한다고 난리인거야.'
만약 A씨와 함께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할 기회가 있다면 다음과 같은 근거로 그의 푸념에대해 몇가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하정우의 작품과 기타 작가들의 작품은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당신이 경제적으로는 손해보는것이 없다고 말 해주고싶다. 누군가 A씨의 작품을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우연히 하정우의 작품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지 않을것이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하정우의 그림 가격은 작품의 자체가 가진 미적 가치보다는 하정우라는 네임밸류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 가격이 좀 높지만 어쩔수없다는 것이다. 그럴일은 없지만 만약 수십억을 호가하던 어떤 거장의 작품을 갑자기 거래가 불가하다고 법으로 정한다면 하루아침에 가치가 급락할것이다. 높은 미술품 가격의 이유는 작품이 가진 예술적 가치보다 재산으로 지닌 가치가 훨씬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하정우의 작품을 사는 사람은 미술품을 산다는 느낌 보다는 주식을 사는 느낌으로 살것이다. 당연히 하정우라는 사람의 경제적 가치가 높으니 주식의 액면가도 높은것이 자본주의 이치다. 이에 회의를 느끼고 '숭고한 예술정신은 천박한 자본주의로 부터 독립돼야 한다.'외치는 사람이 있을까? 오직 작품을 수십억을 주고 사겠다는 제안을 했을때 거절할수 있는 작가라야만 인정할수 있을것 같다.
다시말해 그림이 그렇게 좋지 않아도 하정우 그림이 비싼이유는 예술품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에 따른 그냥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것때문에 타인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말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협업과 대작의 차이
몇년전 부터 패션계를 비롯해 모든 문화 분야 전반에서 콜라보, 협업 열풍이 불고 있다. 해외 일렉트로닉 음악계에서 유명 DJ와 신인음악가와의 협업을 통해 곡을 발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때 실질적으로 신인음악가가 대부분 프로듀싱을 하고 유명 DJ는 이름만 빌려주고 협업한 곡으로 발표할때가 있다. 이럴때는 신인은 유명 DJ의 이름을 통해 그의 팬을 비롯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수도 있고 유명DJ 입장에서는 돈도벌고 자신의 곡도 하나 늘어나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다.
미술가로 활동하는 연예인은 하정우 말고도 조영남, 솔비, 구혜선 등 몇명 더 있다.
(해당 블로그 글 참고)
https://crcode.tistory.com/19
https://crcode.tistory.com/12
그 중 조영남은 논란에 휩싸였던 연예인으로 만약 정말 대작인 상황이었다면 이런일이 정말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조영남은 예술가라는 타이틀과 (만약 만족할만한 댓가였다면) 대작작가는 금전적 혜택을 얻었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유명DJ와 신인 프로듀서의 협업방식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조영남은 대중을 속였다는 점이다.
바쁜 유명작가가 작품을 만들때 스케치를 비롯한 전반적 개념만 가지고 나머지를 어시스트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 대작 작가가 작품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의 정도에 따라 대작이 될수도 있고 그냥 보조가 됐을수도 있다. 사실 이름이 곧 브랜드인 예술판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중요한것은 누구든 속이면 안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속이는 것은 나쁜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하정우가 그림그린다는 점에는 응원해주고 싶다. 덕분에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질 수 있고 무엇보다 그 누구든 간에 창작을 한다는것은 긍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위의 그림을 보면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독보적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얼굴이라는 소재는 같아도 색감이라던가 그림체가 훨씬 좋아진 느낌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더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렸으면 좋겠고 그럴일은 없겠지만 하정우도 논란에 휩싸여 미술을 시작한것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럼 추가로 하정우가 그린 작품들을 감상해보고 마무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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